대전 스바라시 라멘 - 라멘의 시대는 끝인가?
스바라시 라멘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단락으로 가세요.
한 때, 나는 라멘에 미쳤었다. 하카다분코라는 라멘집을 다녀온 후 정말 한동안 미쳐 살았었다.
꽤나 과거의 일인데,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인거로 기억이 나는 것으로 봐서 최소 2008년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국내에 존재한다는 라멘집은 정말 쥐잡듯이 잡고 다녔다. (아래 지도는 하카타분코)
그러다가 한참을 안먹게 되었는데, 일단 와이프가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일본 라멘에 대한 몇가지가 알려진 후 라멘에 대한 애정이 짜게 식었다.
모노마트(http://www.monomart.co.kr/)라는 곳인데, 여기서 어지간한 일본 라멘 재료를 다 판다. 이제 힘들여 육수를 뽑지 않아도 되고, 차슈부터 아지타마고까지 모든 것을 갖춘 곳이다.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어서 일본식 라멘을 집에서도 어지간히 흉내를 낼 수가 있게 되었다. 가끔 나오는 특가상품을 잘만 이용하면 정말 최고 수준의 맛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자재마트의 위상이 높아지면서부터 일본 라멘은 이제 동네 분식집에서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격하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그래서 안타까운 느낌이다. 예전에 라멘왕 같은 만화에서 육수를 뽑고, 자가 제면을 하고, 라멘의 맛을 높이기 위해 장인정신이 동원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해진 느낌이 나는 것이다.
안타까울 수 밖에.
여차저차해서 오랜만에 가본 라멘집인 대전의 스바라시 라멘. 그것도 본점으로 다녀왔다.
전국에 11곳정도 있는 것 같고, 대전에만 6곳이 있는 라멘집. 그야말로 대전의 토박이 라멘이라 할 수 있다.
세종에서도 본적이 있는데, 우연히 근처에 들릴 일이 있어 방문을 한 곳으로, 아마 대전에 있는 라멘집 중에 가장 대표적인 라멘집이 아닐까?
메뉴판을 보면, 일단 기본적인 구성이 되어 있다. 돈코츠, 미소, 쇼유 세 종류를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오코노미야키나 미니규동, 미니카레덮밥까지 갖추어져 있는 구성.
딱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그냥 흔한 라멘 집이겠구나.....아쉽다......
최근 전문적인 라멘을 몇군데 경험하고서 느낀 점이 있다. 돈코츠, 미소, 소유는 라멘의 3대장 같은 것인데, 이를 한번에 취급하는 곳은 모노마트의 맛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돈/미/소 이 세가지는 각각 돼지뼈 육수, 된장육수, 간장육수로 나뉘는데, 베이스가 닭육수가 일부 필요하고 이를 섞는 기준에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나 소유라멘은 시오라멘과 더불어 닭육수를 주로 사용하는데, 아무래도 깔끔한 맛을 원할 때에 주문하게 되는지라 돈코츠육수의 비중이 높을 수록 텁텁해지는 단점이 생긴다.
돈코츠는 아예 돼지뼈 육수를 사용하고, 미소의 경우 일본 현지에서도 주로 돼지뼈와 닭육수를 섞어 쓰면서 묵직한 맛을 표현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에 아예 한가지에 집중하는 라멘집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토리파이탄 라멘 등이 유행하면서 닭육수로도 묵직한 한방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고, 담택, 멘야준 등의 시오라멘이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제 라멘은 정말 맛집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되는 것 같다. 특히나 단일메뉴로 밀어붙이는 가게들이 살아남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홍대-합정-상수의 라멘로드를 보면 특히나 그렇다.)
주문은 스바라시 라멘, 미니규동, 미니카레덮밥, 센사케를 시켰다.
벽을 보고 앉을 수 있는 2인 자리가 있는데, 다찌는 아닌 것이 다찌 같은 특이한 자리에서 주문을 마치고 받은 음식이었다.
각각 개별적으로 맛을 평가해보자면,
- 스바라시라멘 : 살짝 매콤한 수준의 돈코츠라멘. 쿠로마유가 들어갔다고 했는데, 사실 맛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다. 마늘향이 강한 것이 특징. 한국인이 좋아할 딱 신라면 정도 수준의 맵기로, 먹기에 부담이 없다. 나루토오뎅 하나는 그냥 진짜 모양내기 고명이라 제치고, 차슈가 크게 3장 들어있던 것은 좋았다. 다만, 미추리부위가 나오는데, 이게 조금 아쉬웠다. 차슈의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양이 좋았고, 면의 양도 적절했다. 숙주도 좋았고. 딱 평범한, 그래서 자주 찾을만한 부담없는 라멘이다.
- 미니규동, 미니카레 : 미니규동과 미니카레는 실망. 안시키는 게 나을 것 같다. 특히 규동은 밥 위에 김과 간소고기볶음을 올려내는데, 일단 기대하는 형태의 규동이 아닌 것은 괜찮지만 간이 너무 쎄다. 그리고 김에도 참기름이 있었던 조미김을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올려진 소고기에도 참기름향이 강해서 이건 규동이라기보다는 뭔가 알 수 없는 다른 음식 같았다. 카레 역시 양파를 캬라멜라이징을 하려고 한 시도는 보이는데, 막상 양파의 양은 적고 실질적으로 그냥 오뚜기 카레에 약간의 카라멜라이즈드 어니언을 섞은 느낌. 이건 명백히 이 가게의 실책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할 바엔 규동이랑 카레를 합치는 게 낫다. 볶은 양파에 카레가루와 소고기를 섞어 스바라시밥이라고 하는게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았다. 여기에 또 실망한게 있는데, 원래 카레나 규동이 간이 세게 나오는 이유는 라멘에 밀리지 않기 위함이다. 그런데 여기는 라멘집이다. 즉, 라멘을 돋보이게 해줘야하는데, 그렇지 않고 자기 주장이 강한 친구들이 나오는 것이다. 가격대로 보나, 양으로 보나 같이 시키게되는데, 이 부분은 아쉽다. 차라리 카레가 아예 하나의 메뉴로 있는게 낫고, 미니종류로 나오려면 가쿠니동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물론, 가쿠니동을 파는 곳이 많지가 않다. 종로에 있는 오로지라멘의 미니동이 약간 부스러기 고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참고가 될 지도 모르겠다.
- 센사케 : 딱 깔끔한 맛의 사케. 시원하게 먹기도 좋았는데, 주문할 때 묻지 않고 시원하게 주었다. 따뜻한 사케를 선호할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한국이라 그런것 같기도.
그래서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별 세개 정도? 인듯하다. 맛은 익숙하게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괜찮은 듯 아쉬웠고, 서비스는 뭐 사실 그냥 별로 다를게 없었다. 아무 식당이나 가도 비슷한 정도. 이랏샤이마세는 기대하지 말자 이제. 면치기도 혼나는 세상이니. 기타에서 별 하나를 깎은 이유는 라멘을 가져다 주실 때 엄지손가락이 아슬아슬 닿은지 말았는지 때문. 오픈 키친이 아닌 것도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은 듯 하고. 대기자를 위한 공간이 있는 것은 좋았다. 재방문 의사는 일단 없는 거로.
총점 : ★★★☆☆
맛 : ★★★☆☆
서비스 : ★★★☆☆
기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