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장 고냥고냥

냥줍에관하여

짤랑이아빠 2020. 10. 2. 11:37

아는 후배가 냥줍을 했다
원래는 함부로 냥줍을 하면 안된다, 사람 손이 탄 냥이는 엄마냥이가 안돌보게 되기 때문인데
이번에 냥줍한 아이들은, 이미 누군가의 손을 타서 엄마냥이 더이상 안돌보고 있던 아이들이었다

냥이들을 살펴보니,
4마리중에 이미 1마리는 생을 마감해있는 상태였고(그 아이는 잘 챙겨서 묻어주었다ㅠ, 고양이 별에 잘 도착했겠지)
세마리 중 1마리는 양눈을 감고는 뜨고 있질 못했다 계속 눈을 닦아주고 눈을 벌려줬더니, 그 조그만 양눈을 뜨는데ㅠ 참 대견하드라
또 한마리도 한쪽눈을 감고 있었는데, 역시나 눈에 고름?일까 그런게 계속나왔다
아이들을 잘 닦아주고 밥좀 챙겨주고, 리빙박스로 집을 만들어주고 내일 와서 보자고 하고는 집으로 갔는데,

다음날 퇴근하고 가보니ㅠ
날이 많이 추워진 탓인지, 어제만해도 기력이 좋던 아가들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중 양눈이 감겨있던 아이는 후에 이름이 밤톨이가 되는데, 상태가 더 심각했다
후배는 그 아이들을 더는 밖에 둘수 없다고 생각해
집으로 데려갔다 아가들을 구조했으니, 정말 용기있고 복받은일을 한거같다
그렇게 아이 셋은 이름이 생기게되었는데
제일 병약한 아이가 밤톨이,
검은털에 양말만 신은거같은 아이가 양말이,
제일 기력좋고 힘이 좋았던 아이가 포도가 된다
후배랑 나는 동물병원에 가서 고양이 초유라는 한캔에 15000원하는 캔을 사와서 안먹는걸 겨우겨우 먹이고는 장판을 틀어주고 죽지말라며 계속 케어했다
그래도 이틀,삼일동안 밤톨이까지도 기력이 많이 좋아져서 집안을 돌아다니길래, 아 이제 애들 다 살았다 이렇게 마음을 놓은 것도 얼마 안되서

밤톨이가 아침에 생을 마감한 채로 발견됐다
후배가 마구마구 우는데,
그 조그만 아이가 생각나서 나도 엄청 울었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기력을 조금만 차리면 병원에 데려갈거였는데, 그렇게 며칠을 못기다리고 가버렸던 그 아이가 몸집도 너무 작고, 잘 걷지도 못하던 밤톨이가 생각나서 한참 눈물이 낫다 그래도 따뜻한 곳에서 요양도 하고 5cc 정도 뿐이 먹지 않았지만 그래도 따뜻한 초유도 먹이고 했으니, 너무 마음아파하지말자며 후배를 달랬다

이제 양말이와 포도는,
기력을 너무너무 차렸고,
우리는 추석전에 애들 병원에 데려가서 검진받고 왔다
양말이는 남자, 포도는 여자
포도 덩치가 양말이의 두배가 되버렸고,
포도는 양말이를 괴롭힌다
양말이는 아직 화장실도 잘 못가지만
포도를 따라 이제 잘 가겠지.
포도는 스크래쳐도 막 긁다가 뒤집어지고, 혼자 그루밍도 하는 걸 보니 얘는 이제 됐다 싶다
포도는 밥을 먹어도 먹어도 먹고싶어하는 아이,
양말이는 밥만 먹으면 뜨뜻한데서 지지는 아이.
양말이가 일전에 한쪽눈이 이상했던 아이인데, 그래서 안약을 하루 두번 넣어주고 있다
추석에도 후배네에 있는 아이들 케어해주러 갔는데 여전히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나역시 냥이를 키우고 있지만,
길을 걷다보면 많은 길냥이를 본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아가, 배고파하는 아가들에게 밥도 챙겨주곤 하지만 그 모든 냥이들을 책임질 수는 없기에 마음이 아파 도움을 주고는 얼른 자리를 뜬다 눈에 담을 수록 아가들이 계속 생각나거든
후배가 이 아가들은 외면했다면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아마 하루이틀 안에 생을 마감했을것이다
나는 할수 없었던 일을,
후배는 용기있게 한것이고 그 덕에 소중한 생명을 또 살릴수 있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도 대단하지만,
사람과 냥과의 인연도 대단한 인연이다

이 세상이 모든 냥이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날이다

맨밑에 아가가 밤톨이, 그 위로 양말과 포도
병원가는 포도와 양말이
밥만먹으면 그렇게 몸을 지지러가는 양말이

처음구조해왔을때의 밤톨이,양말이,포도